새로운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으로 취임한 유홍준 교수는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한국 문화유산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려왔는데요.
교과서에서만 보던 아름다운 사찰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우리의 숨겨진 보물과 같은 유산까지
책 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문화유산 관광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날이 아주 천천히 선선해지고 있으니 우리 문화유산과 함께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직접 느껴보는 건 어떠신가요?
1. 소쇄원
전남 담양군 가사문학면 소쇄원길 17

푸른 담양의 숲길을 따라 들어서면, 계곡을 품은 아담한 정원 하나가 조용히 발걸음을 맞이합니다.
이곳은 바로 조선 선비 양산보가 벼슬길을 버리고 자연 속에 몸과 마음을 맡기며 가꾼 소쇄원(瀟灑園)입니다.
‘소쇄(瀟灑)’라는 이름처럼, 이 정원은 맑고 깨끗한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 푸른 대숲의 바람결,
그 사이에 조화롭게 자리한 정자와 초가는 꾸밈보다 자연스러움을 담았습니다.
마치 그림 속에 들어온 듯, 발걸음마다 고요한 선비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소쇄원은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쉼의 공간입니다.
광풍각에 앉아 바람을 마주하거나, 제월당에 기대어 달빛을 맞이하면,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낸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되살아납니다.
오늘의 여행이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마음을 맑히는 시간으로 남기를 바란다면—
담양 소쇄원에서 잠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선비의 고요한 하루를 걸어가 보세요.
2. 안동 병산서원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길 386

병산서원은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에 자리한 조선시대 서원으로, 본래 고려 말의 풍악서당을 전신으로 합니다.
유성룡(서애)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1613년(광해군 5)에 존덕사를 창건하고 위패를 모시면서 지금의 서원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병산서원은 1978년 사적 제260호로 지정되었고, 한국의 전통 서원 문화를 대표하는 아홉 곳의 서원 가운데 하나로 유네스코 ‘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에 포함되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서원의 상징인 만대루(晩對樓)는 서원의 경관을 건축적으로 끌어들이는 대표적 누각으로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자연과 건축이 절제된 방식으로 어우러진 좋은 예로 평가받습니다.
만대루에 올라 앞을 보면 낙동강과 병산의 푸른 능선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건축은 화려함을 자제하고 자연을 품는 쪽으로 설계되어 있어, 서원 전체가 ‘자연 속 사색의 방’이 됩니다. 그래서 병산서원은 특히 봄·가을의 풍광이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으며,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걷고 머무는 경험 자체가 이곳의 핵심입니다.
일상의 소음을 잠시 덮어두고 싶을 때, 병산서원은 고요한 초대장입니다.
한 걸음씩 낮춘 발걸음이 강과 산의 숨결을 전해주고, 고즈넉한 마루에서는 오래된 질문들이 다시 선명해집니다.
안동 병산서원에서 하루를 보낸다면,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워졌음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3. 제주 삼성혈
제주 제주시 삼성로 22

제주의 도심 한가운데, 바쁘게 오가는 길목 속에도 조용히 숨 쉬는 숲이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삼성혈(三姓穴). 겉으로 보면 단정한 공원 같지만, 이곳은 제주의 시작을 품은 신화의 무대입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오래전 모흥혈에서 고을나·양을나·부을나 세 신인이 솟아났다고 합니다. 이들은 사냥하며 살던 중, 동쪽 바다에서 세 공주와 오곡 씨앗, 소와 말이 담긴 함이 떠밀려와 혼인을 맺고, 탐라국의 기틀을 세웠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오늘날 제주시의 일도·이도·삼도라는 지명도 이 세 신인이 터를 정한 곳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지요.
삼성혈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닙니다.
세 구멍은 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고, 울창한 녹나무와 곰솔 숲은 경건한 기운을 머금고 있습니다.
전시실과 영상관에서는 신화가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지금도 후손과 도민들은 춘추제와 건시대제를 올리며 조상의 숨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잠시 도심의 발걸음을 멈추고 삼성혈 숲길을 걸어보세요.
짧은 산책이지만, 제주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해줄 것입니다.
4. 창덕궁
서울 종로구 율곡로 99
서울 종로의 한편, 나지막한 산자락을 따라 펼쳐진 창덕궁(昌德宮)은 조선 왕조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궁궐입니다. 경복궁의 동쪽에 있어 ‘동궐(東闕)’이라 불리기도 했지요.
창덕궁은 다른 궁궐과 달리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배치가 특징입니다. 정연하게 뻗은 직선 대신, 산세를 따라 굽이진 길과 건물이 어우러져 있어, 걷다 보면 마치 숲 속 정원에 들어선 듯한 여유를 느끼게 합니다. 이 조화로움 덕분에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후원(秘苑, 비원)입니다. 왕과 세자, 왕실 가족이 휴식하고 학문을 닦던 공간으로, 연못과 정자가 어우러진 풍경이 사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봄에는 홍매화 부용지 연못 앞이 그 아름다움으로 유명하지요 특히 가을 단풍철에는 붉고 노란 빛깔이 궁궐 담장을 물들이며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펼쳐내죠.

2025년 창덕궁, 잊지 못할 야간 산책—달빛기행
2025년 상반기(46월)와 하반기(910월)에 진행되는 창덕궁 달빛기행은, 달빛 아래 부드러운 궁을 거니는 특별한 밤입니다. 전문 해설사와 함께 청사초롱을 들고, 후원을 중심으로 전통 공연과 해설을 즐길 수 있어요. 회당 약 100분, 제한된 인원만 들어갈 수 있는 귀한 경험입니다
- 상반기 프로그램
- 기간: 2025년 4월 10일 ~ 6월 15일, 매주 목~일
- 시간대: 1부(19:20~), 2부(20:00~), 회당 약 25명 한정
- 예매: 추첨 → 선착순으로 진행, 1인 2매까지 접수
- 하반기 프로그램
- 기간: 2025년 9월 4일 ~ 10월 26일, 목~일 운영
- 시간대: 하루 6회 차, 19:10~20:10 사이 시작관람 정보 꿀팁
- 관람 예약: 6일 전 오전 10시부터 전날까지 예약 가능, 당일 현장 구매도 가능
- 입장료: 전각 관람권 3,000원, 후원 관람 시 전각 관람권도 필수 (성인 기준 5,000원). 단체 할인, 지역주민 할인 등 가능
- 추천 관람 시간: 보통 1~2시간만 투자해도 충분한 만족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창덕궁은 화려함보다는 은은한 멋이 있는 궁입니다. 조선의 왕들이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이자,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살아가려 했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잠시 발걸음을 들여놓으면, 번잡한 서울 속에서도 고요한 시간을 걷는 듯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궁궐을 거니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숲과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5. 종묘
서울 종로구 종로 157

서울 한복판, 종로구 종로 157에 자리한 종묘(宗廟)는 조선과 대한제국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를 모시는 국가 사당입니다. 국가의 근본을 세우는 예전이 이곳에서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 공간 전체에 묵직한 고요를 남깁니다.
종묘는 그 역사적·건축적 가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조선시대 종묘 제례의 완전한 공간구성과 보존 상태가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또한 종묘제례(宗廟祭禮)와 그에 수반되는 음악인 종묘제례악은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의례와 음악이 함께 보전·전승되어 오는 전통임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관람 형태: 평일(화요일 제외)은 해설(가이드) 동행의 시간제 관람이 원칙이며, 토요일과 특정일(월말 수요일 등)은 자유관람이 허용됩니다. <가급적 해설 시간을 확인하고 맞춰 가세요. 해설과 함께 들을 때 공간의 의미가 더 선명해집니다.>
휴무: 매주 화요일 휴관(공휴일일 경우 다음 날 휴무) 등 공지사항을 사전 확인하세요.
주말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관람시간·입장: 계절에 따라 다르며, 마지막 입장은 통상 폐관 1시간 전입니다. 입장료는 비교적 저렴하며(예: 종묘제례 관람 관련 안내에서는 1,000원 표기 등), 정확한 요금·해설 시간은 공식 공지로 확인하세요.
6. 추사 김정희 고택
충남 예산군 신암면 추사고택로 261

예산의 초록이 감도는 마을에 고즈넉이 자리한,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명필가였던 추사 김정희의 고택을 감상해 보세요.
이곳은 시간의 숨결이 고스란히 머무른, 차분한 공간입니다.
고택은 조선 후기 대표 학자이자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1786–1856)**가 태어난 곳으로, 그의 고조부 김한신이 건립한 집입니다. 안채와 사랑채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선 전통 가옥의 정취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1976년 1월 8일,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43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습니다.
고요한 한옥의 미가 돋보이는데요. 정갈하게 복원된 고택과 사랑채가 드리운 소박한 아름다움, 그 속에서 추사의 삶을 마주하는 느낌은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멈추게 합니다.
사계절의 풍경이 아름다워요.. 봄날에는 수선화와 벚꽃, 목련이 함께 피어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도 소문나 있습니다. 고택을 감싸는 자연과 어우러진 풍경이, 감성을 풍부하게 합니다.
관람 정보 (2025년 기준)
- 관람 시간:
- 3월~10월: 09:00 ~ 18:00
- 11월~2월: 09:00 ~ 17:00
- 월요일 정기 휴관 (공휴일일 경우 다음 날 대체)
- 입장료: 무료
- 추천 관람 시간: 약 1~2시간 정도 여유롭게 둘러보기에 충분합니다.
7. 덕수궁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덕수궁

서울 한가운데, 고요히 숨 쉬는 덕수궁. 조선 후기 왕궁이자 대한제국의 황궁이었던 이곳은, 역사적 무게와 현대적 감성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원래는 조선 성종의 형 ‘월산대군’의 사저였으나, 임진왜란 이후 선조가 임시 궁궐로 사용하면서 정릉동 행궁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1611년 광해군 시기에 ‘경운궁’으로 정식 궁궐이 되었고,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황궁의 위상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후 1907년부터 ‘덕수궁’이라는 이름을 쓰며, 고종의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고종은 이곳에서 황제로서의 개혁을 추진하며 전등, 전신 등 서양 기술을 도입했고, 전각 곳곳에 전통과 근대를 넘나드는 건축 양식을 조화롭게 담아냈습니다.
특히, 함녕전은 고종이 승하한 곳으로, 그의 죽음이 3·1 만세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상징성을 지닙니다.
주요 명소와 건축
석조전: 화려한 서양식 건축의 상징이자, 현재는 대한제국 역사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정관헌: 커피를 즐기며 조용히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고종의 사적인 휴식 아지트 같은 공간입니다.
중화전, 준명당, 즉조당, 석어당 등 전통 건축들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2025년 기준, 덕수궁은 매주 월요일 휴무,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09:00~21:00 운영하며, 마지막 입장은 20:00에 가능합니다.
입장료는 1,000원이며, 5대 궁 및 종묘 통합권(유효기간 6개월)을 6,000원에 구매할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무료 영어 투어(10:45, 13:30)가 제공되며, 사전 안내된 상황에 따라 운영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
서울의 빛과 그림자가 멀리도 흐려지는 도시의 가장 중심에서, 덕수궁은 마치 시간의 균형추처럼 우뚝 서 있습니다.
전통이라는 무게감과 근대라는 새로움, 그리고 그 사이 숨 쉬는 한 줌의 여백이 찾아오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죠.
고즈넉한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편이 고요해지고 나지막이 “그래, 견뎌왔구나”라는 말이 흘러나올지도 모릅니다.
8. 정선 정암사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10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 자락 고즈넉한 숲길을 따라 오르면 마주하게 되는 정암사. 그 바위틈 어딘가에는 신라 시대 자장율사가 품은 기도와 전설이 조용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사와 상징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정암사는 신라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의 인도로 창건한 고찰로, 『삼국유사』와 『오대산사적』에서도 그 연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가 당나라에서 받아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면서 세운 수마노탑. 이 불교 전설은 용왕이 건넨 '수마노석(水瑪瑙石)'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며, 탑 이름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수마노탑은 고려 시대에 다시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7층 모전석탑으로, 높이 약 9m, 기단 6단 위에 탑신과 상륜부가 완전하게 남아 있는 희소한 국보급 문화재입니다
정암사 수마노탑 더 알알 보기
- 형식: 높이 약 9m의 7층 모전석탑(模塼石塔) → 벽돌 모양으로 다듬은 석재를 쌓아 만든 전탑 형식의 석탑입니다.
- 구조: 6단의 기단 위에 7층 탑신이 올라가 있으며,
탑신부에는 전탑의 특징인 받침·옥개석을 석재로 정교하게 재현했습니다.
- 재료: 회녹색의 석회암 모전석. 강원도 산간 지역 특유의 돌을 사용하여 지역성을 보여줍니다.
- 신라 자장율사가 봉안한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고 전해지며, 고려 시대 재건 이후에도 신앙의 중심이 되어왔습니다.
- 문화재 지정: 국보 제332호. 한국에서 몇 안 되는 완전한 형태의 모전석탑입니다.
적멸보궁의 의미
적멸보궁(寂滅寶宮): ‘적멸’은 열반(涅槃)을 뜻하며, 부처님의 사리가 봉안된 탑이나 사리를 모신 곳을 직접 불보살로 모시는 특별한 법당입니다.
정암사,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까지 한국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로 꼽힙니다. 따라서 정암사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으며, 수마노탑 자체가 곧 신앙의 대상이 됩니다.
사리신앙과 탑신앙이 결합된, 한국 불교의 독특한 전통을 잘 보여주는 성소입니다.
방문팁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만큼, 가벼운 등산이나 트레킹 차림이 필요합니다.
사찰은 상시 개방되어 있으나, 사무소 및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계절·행사 일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자가용: 정선읍 → 고한읍 방면 약 30분 소요, 주차장 이용 가능.
***대중교통: 고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 이용(약 20분).
정암사는 제게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었습니다. 두 아이를 품고 천천히 숨 고르며 올랐던 그 길, 바람결에 흔들리던 풍경 소리와 수마노탑 앞에서의 고요한 기도는 지금도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습니다.
삶의 길이 버겁게 느껴질 때, 정암사에서 느꼈던 그 평온함을 떠올립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저를 기다려준 듯, 그곳은 제게 힘과 위로를 건네주었지요. 그래서 정암사는 늘 제 삶의 한 페이지에 따뜻한 등불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9. 영주 부석사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

역사와 의의
신라 문무왕 16년(676), 의상대사가 왕명을 받아 창건한 화엄종의 대표 사찰입니다.
중심 건물인 무량수전은 고려 우왕 2년(1376)에 중수된 목조 건물로, 대한민국 국보 제1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국보 5점, 보물 6점, 도 유형문화재 2점 등 수많은 문화재를 소장하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부석(浮石)이란 뜻은 의상이 당나라 유학 후 귀국할 때 그를 흠모한 선묘라는 여인이 용이 되어 바위를 들어 올려 절터를 마련하게 도왔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이후 그 바위는 공중에 떠 있다 붙은 듯이 보여 ‘뜨는 바위’라는 이름이 붙었고, 사찰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봉황산 중턱의 가파른 지형을 활용해 석축 위에 건물을 배치함으로써, 자연을 안은 듯한 조화를 이룹니다. 구름다리처럼 이어진 아홉 개의 돌계단은 열반이나 만다라에 이르는 길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앞면 5칸, 옆면 3칸의 팔작지붕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장식적 요소가 절제된 주심포 양식이 돋보입니다. 건물 내부에는 옆면에도 불상을 안치하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2021년 가을 방문할 때 쌍둥이를 품고 찾았던 부석사.
가파른 산길을 함께 걸으며, 두 생명이 품 안에 자라나는 기적을 깨달았던 순간이 아직도 맑게 빛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돌계단, 고즈넉한 무량수전, 그리고 살포시 떠 있는 듯한 부석 앞에서, 두 아이에게 속삭였죠.
“여기, 우리 마음이 닿는 곳에 늘 함께할 거란다.”
그 기억이 있어, 부석사는 내 삶에서 언제나 따뜻한 빛으로 존재합니다.
10. 순천 선암사
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역사와 상징
창건은 529년, 백제 성왕 시절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이곳에 절을 세우고 ‘해천사(海川寺)’라 명명한 데서 시작됩니다.
이후 861년, 통일신라 시대 도선국사가 본격적으로 절을 중창하며 현재의 선암사라는 이름을 되찾았고, 교학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건축과 명소
승선교(昇仙橋): 산길을 따라 선암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반원형의 무지개 돌다리로, 보물 제400호에 등재되었으며, 다리 아래 물 그림자와 함께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합니다.
대웅전 앞 삼층석탑: 규모가 거의 대칭을 이루는 두 기의 고즈넉한 석탑은 사리탑으로 추정되며, 신라 시대 석탑 양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원통전: 1660년 대대적으로 세워지고, 1698년과 1824년에 중수된 이 건물 안에는 순조가 하사한 ‘인·천’, ‘대복전’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전각 구성: 일주문, 팔상전, 강선루 등 약 20여 동의 건물이 고즈넉이 자리하며, 옛 승려 공동체의 생활공간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습니다.
선암사는 ‘한국의 산지승원(Sansa)’으로 분류되어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현재까지도 유형문화유산은 물론 사적, 자연유산, 민속문화유산 등 다양한 문화재를 보유하며, 지역의 불교문화와 전통을 온전히 지켜오고 있습니다.
선암사의 숲길은 걷는 이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돌다리를 흐르는 물소리는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합니다. 고즈넉한 전각과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면 일상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집니다. 그래서 선암사는 늘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의 쉼터 같은 공간으로 기억됩니다.
11. 보길도 세연정
전남 완도군 보길면 부황리

역사와 의미
세연정은 조선 중기 문신이자 시인 고산 윤선도(1587–1671)가 여생을 보내며 직접 지은 정자로, 그의 정서와 문학이 깃든 별서정원입니다.
‘세연(洗然)’이란 ‘주변 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하여 마음이 상쾌해지는 곳’이라는 뜻으로, 윤선도가 보길도의 자연을 향한 경외심을 담아 정자의 이름으로 삼았습니다.
그는 1637년 병자호란의 참담한 소식을 듣고 제주로 향하던 중, 보길도의 풍경에 매료되어 터를 잡고 13년간 이곳에서 ‘어부사시사’를 비롯한 여러 시문을 창작하며 자연과 교감했습니다.
구조와 정원 조성
윤선도는 계곡의 물줄기를 막아 판석(板石) 보(洑)를 만들고, 완만한 연못을 조성한 뒤 정자를 세웠습니다. 이로써 정자는 자연과 인공이 조화된 정원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정자에는 중앙에 세연정, 동쪽에 오광루, 서쪽에 동하 각, 남쪽에 낙기란, 그리고 칠암 헌 같은 여러 편액이 걸려 있어 다양한 경관을 음미할 수 있게 배려했습니다.
세연정의 고요한 연못과 돌다리는 시간이 잔잔히 흐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그곳에 서면, 자연과 사람이 숨 쉬며 어우러진 순간이 마음을 가만히 흔듭니다. 숲의 속삭임, 바위의 무게, 물 위에 비친 하늘—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이곳이야말로 나를 맑게 씻어주는 공간”이라는 감각이 전해집니다. 그래서 세연정은 언제나 내 마음에 늘어선 잔잔한 빛과 같았습니다.
12. 불국사
경북 경주시 불국로 385 불국사

역사와 문화적 의미
불국사는 신라 법흥왕 때인 528년, 법흥왕의 어머니와 왕비의 안녕을 기원하며 처음 건립되었습니다. 이후 751년 수상 김대성이 부모의 넋을 달래고자 지금의 규모로 재건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1995년, 석굴암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현재 신라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불교 유적입니다.
건축미의 정수
불국사는 다보탑(국보 제20호), 석가탑(국보 제21호), 청운교·백운교(국보 제23호), 칠보교·연화교(국보 제22호), 그리고 불상과 금동불 등 총 6점 이상의 국보급 유물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청운교와 백운교로 이어지는 33 계단은 불국의 이상 세계로 오르는 길, 다보탑과 석가탑은 세상의 다양함과 깨달음의 단순함을 상징하며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1966년, 세계에서 가장 초기의 목판 인쇄본 중 하나인 다라니경이 불국사에서 발견되었으며, 이는 한지 두루마리에 기록된 귀중한 유산입니다
시간이 쌓아 올린 돌계단 위에 서면, 불국사는 마치 누군가가 오래전부터 품어온 ‘부처님의 정원’을 온전히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청운교를 건너며 숨 고르는 순간이, 다보탑 앞에서 마음이 내려앉는 순간이,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이 잔잔하게 마음속에 스며듭니다. 그래서 불국사는 언제나 내 마음의 고요한 중심이자,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은 자리로 존재합니다.
책 속에서만 만났던 문화유산을 직접 걸으며 느끼는 감동은 또 다른 울림을 줍니다.
유홍준 교수의 시선이 담긴 답사지는,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뿌리이자 앞으로도 이어가야 할 자산임을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꼭 한 번 방문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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